제목 금정 최원규의 생애와 업적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2.02.01 13:47



                                                금정 최원규의 생애와 업적
   금정(錦汀) 최원규(사진) 시인 교수는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한 시 창작활동 등 문학 활동을 하며 세상을 밝게 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폭염 속 그 무덥던 여름도 이제 지나고 풍요의 계절,가을이 찾아왔다. 학자로서 웃 어르신으로써 주위의 표상이 되고 있는 그의 시‘매미’를 감상해 본다.
 
   창살의 철망에/ 꽉 달라붙은/ 매미 한 마리/ 웅크리고 책상에 엎드려/ 고뇌를 씹으며/ 시를 찾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본다/ 철망에 붙어/ 실내를 바라보는 너는/ 내 시의 유일한 관찰자/
 
   철창에 정좌한 너는/ 그대 집 정원에서/ 긴 여름을 울다/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찾아/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다/ 돌아온 상처를/ 송두리째 맨몸으로/ 팽개친 채 고요한/ 가을을 찾고 있다/ 시를 끝내고 싶다/
 
   책상과 종이/ 그리고 크로스 볼펜/ 내 어릴 때 들판에서/ 소나기를 피하여/ 빈 헛간에서 듣던/ 긴 매미의 여운이/ 차츰 무지개 속으로/ 따라가고 있다/(최원규, 매미, 전문)
 
   ‘매미’는 금정(錦汀) 최원규 시인의 시집 ‘저녁을 위한 명상’(충남대학교 출판문화원. 2016.)에 수록되어 있다.

   최 시인의 고향 공주 장원부락은 알밤으로 유명한 정안의 풍수 좋고 편안한 산골마을이다.
 
   시인도 필시 그 시절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성장했을 것이다. 그 시절 듣던 고향의 매매소리를 그리며 시 '매미'를 창작 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필자도 최 시인이 들려주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지난 세월 고향 월미리의 시골 마을 뒷동산에 올라 소꼽놀이하던 어린 추억들이 생각나 그립다.
 
   시인은 일평생 교수로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문학을 지도하며 후학을 양성해 왔다.
 
   그런 시인의 시(詩)인생 철학을 귀 기울여 보며, 또 시를 어떻게 써야 하고 써왔는지를 살펴봤다.
 
   “나는 시를 쓰는 일이 가장 귀중한 일이며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럼에도“막상 원고 청탁을 받게 되면 그 순간부터 이런 생각들은 없어지고 고통의 심연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라고 금정 최원규 시인은 전한다.
 
   최 시인은 “언어의 발견과 탐색이나 지난 시간들 속에서 잊혔던 사소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같은 영상이 되살아난다”고 한다.
 
   시인의 시선 철학이다. 들어봤다.“나는 꼭 무엇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골똘히 찾는 행동을 반복한다.
 
   찾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계속 찾는다. 서랍을 뒤지고 비망록을 뒤지고 다이어리를 뒤지고, 그러고 나면 내가 찾고 있는 사물에 한 점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듯 떠오르는 빛이 보인다. 그것을 찾아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빚어지는 주요한 버릇은 음악 듣기와 타인의 작품 여러 장르에서 받아오는 감동이다.
 
   그것은 마치 마중물처럼 좀처럼 쏟아지지 않는 작품의 물줄기가 타인의 물줄기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감전되는 현상을 느끼게 된다.
 
    나의 시는 역시 일기장이나 메모지나 퍼스널 노트에서 시작된다.
 
    삶의 과정에서 얻어진 언어의‘집합과 재구성’에서 쌓여지는 시어의 산만한 나열을 진지하듯 솎아내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시 쓰기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시는 내 정신의 재가 타고 남은 자리에 재가 남듯 싸늘히 식은 ‘재’같은 언어가 내 가슴에 남았을 때 그것이 바로 나의 시가 된다.
 
    나의 남루한 옷가지부터 새로 사 온 음반까지 이미 타계한 가족의 얼굴에서부터 낯선 나라에서 잠깐 만나 스쳐 지나간 기억 속의 얼굴까지 나의 가슴에서 떠나지 않고 나를 연민 속에 몰아넣는다.
 
    마침내, 어느 날 밤 길게 꿈에서 이들과 만난다. 그 꿈의 헛된 일들을 나는 놓치지 않고 시 속에 담아 보려고도 한다. 나의 시작(詩作)에는 비방(秘方)이 없다.
 
    나의 메모장이나 시작을 위한 노트의 분량이 많아졌을 때 작품은 탄생된다. 나의 작업을 생각의 거미줄처럼 때때로 어떤 것들이 걸려들어 시어를 풍부하게 하여 준다.
 
    시작에 있어서 첫 행(行)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행은 첫 한마디가 갖는 분위기가 주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첫 행은 제목과 연관되기에 내용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제목을 먼저 정해 놓고 쓰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아무래도 시의 첫 행의 소리는 오래 참았던 생각을 토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오래 막혔던 숨을 한꺼번에 토해내는 벅찬 감격이 드러난다.
 
     나의 시 형태를 놓고 보았을 때 음률과 시의 행이나 연구분을 시작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시도하지 않는다. 다만 퇴고의 마무리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스스로 읽어가며 음운적 반복이나, 어미의 통일적 조화 등을 고려한다. 특히 반복운에 대한 음악적 효과라든가 말운(末韻)에 대한 처리는 가급적 접두사를 제거시키는 데서 행의 자수를 제한하고 있다.
 
     시의 연과 연 사이의 공간을 깊고 최대한의 폭으로 넓혀야 된다. 최대한의 공간적 거리가 유지되어야 한다. 만약 독자가 이해불능의 심연으로 함몰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내가 책갈피에서 우연히 꽃나무 씨를 만난 것처럼 이승에 조그만 씨로 남아 그것이 땅의 기운으로 살아난 목숨의 씨앗이듯 어느 해 겨울 내가 병석에서 일어나고, 또 내 옆에는 나의 자식이 태어나고 하는 되풀이를 겪듯이 생성 성장하고 있다. 나와 비슷하거나 같은 숙명의 길을 가고 있다.
 
     요컨대, 시는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얽혀 있는 무명의 이미지들을 통일된 한 줄로 엮어가며 그 근원과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의 정체와 본질을 형상화하는 작업이라고 확신한다.
 
     어느 시인은 ‘시작 중에 서랍에 넣어둔 썩은 사과를 코에 대고 냄새 맡기를 즐거워한다든가, 몇 개의 담배를 계속적으로 피운다든가, 또 몇 잔의 차를 거듭 마셔야 시가 써진다’고 한다. ‘심지어는 알코올에 취해 있을 때가 오히려 감성이 슬슬 풀려 좋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외부적인 자극이나 분위기보다 나 스스로 자문자답 할 수 있는 밀폐된 공간이 필요하다.
 
     시구의 구성단계에 도달하기까지 정신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 점점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른 새벽녘의 잠이 없다. 이때 메모나 노트가 모두 나의 시작 자료다. 그러한 노트는 모든 일상어들이지만 그 말씀의 뿌리를 캐다보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발레리’는 시의 천부적인 한 행을 중시했다. 이 천부적인 한 행은 올듯하면서 나에게 오지 않았다. 시의 영감이 하늘에서 내려오는‘영적 빛살’과 마주치지 못했다. 이 언어의 영적 빛살을 나는 갈구한다.
 
     나는 나의 시가 예술로 얼마나 미적 가치가 있는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것은 다만 시가 나의 반사체로서의 구실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또한 시작은 선(禪)의 구도적 행위로 승화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시작은 일상 속에서 끝없는 관심과 언어탐구가 관습처럼 이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마음속에는 시가 항상 들끓고 있다. 그것이 가끔 햇빛과 마주친 활자로 나타날 때, 나는 기쁘고 황홀하다.
 
      아무래도 나와 같은 속물이 순수 무구한 시와 가까워지려는 의도만으로도 나는 사무사(思無邪)의 경지로 승화되어 가는 과정을 가는 것인지 모른다.
 
     요즘 세상은 많이 변해간다. 이미 있었던 질서는 거의 바뀌어 가고 변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한다. 옳고 그른 가치조차 혼돈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시가 지닌 말의 아름다움이다. 세기말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는 요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가중된 기계 문명으로 인한 물신주의의 팽배다.
 
     그 속에서 시는 물질이 아닌 인간에 대한 탐구 곧 자아탐구를 기본적인 것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시는 이 시대의 갈등과 아픔을 극복하는 깨달음이라고 믿는다. 남은 인생도 시를 쓰며 시에 매달려 지낼 것이다”.
 
     그런 가운데 금정(錦汀) 최원규(1933년생)시인은 지난 2020년 초여름 “아예 하나였던 것을”시집을 출간했다. 시인의 시집에 수록된 “보고 싶다”전문이다.
 
     그대를 볼 수 있는 것은/ 내가 눈을 감기 때문이다/ 그대를 볼 수 없는 까닭은/ 내가 눈을 뜨기 때문이다/ 거센 파도가 절벽을 내려쳐도/ 끝내 고요한 바다/ 한가운데로 모이나니/ 그대의 안부를 물어도 되랴/ 조그만 물방울/ 긴긴 비비를 돌아 부딪치듯/ 넘실대는/ 바다에서 안개처럼/ 황혼처럼 어질 머리 속을/ 담아낸다/ (최원규, 보고싶다, 전문)
 
     한편, 금정 최원규 시인은 1961년 시집 금채적(金彩赤)를 내고 1962년 자유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1965년에 모교인 충남대 전임교수로 임명받았다.
 
     첫 시집 이래 60여년간 꾸준히 시집을 펴내는 등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2018년에는 최원규 시 전집 ‘하늘을 섬기며’를 발간하였다.
 
    수필집 ‘찾으며 버리며’ 등, 동화집‘ 석류나무집’을 공저하기도 했다. ‘한국근대시론’등 수많은 연구저서를 발간했다.
 
    제22회 현대문학상, 제19회 현대시인상, 제5회 한국펜 문학상, 제5회 정훈문학상, 제7회 시예술상, 제11회 충청남도 문화상, 1999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하는 등 수 많은 수상경력이 있다.
 
    한국언어문학회장을 역임하고 한국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 한국펜클럽, 한국시인협회, 대전시인협회 고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충남 공주 출생으로 충남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이며 동 대학교 인문대학장, 국립 대만사범대학 교환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전 보문산 사정공원에 최 시인의 시비 “비둘기”가, 고향 공주 웅진도서관 시인의 거리 화단에는“봄햇살”시비가 건립되어 있다. ‘봄햇살’전문이다. 감상해 본다.
 
    새에게/ 나무에게/ 들판에게/ 사월의 햇살은/ 내려와 앉아/ 속삭이듯 말 한다/ 너무 서두르지 마라/ 천천히 말하라/ 쉬이, 잎이 파랗게 될 거라/ 쉬이, 꽃잎이 돋아 날 거라/
쉬이, 편해 질 거라고/ (최원규, 봄 햇살, 전문)
 
    필자도 최 시인의‘봄햇살’시비를 즐겨 찾고 평소에 암송하고 있다. 인생의 삶의 철학이 담겨 있는 듯해서 좋다. 그냥 그 시가 좋다.
    1. 오명규, "금정(錦汀) 최원규 시인 교수, "시(詩)는 물질이 아닌 곧 자아탐구-최 교수, '너무 서두르지 마라, 쉬이 편해 질 거라고,” 충청TV, 2021.9.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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