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14억 중국인의 스승 후스(호적) 이야기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0.12.31 17:39

                                                                         14억 중국인의 스승 후스(호적) 이야기

    중국의 철학자이자 교육가, 문학가인 후스(胡適)의 일기가 경매에서 238억원에 낙찰됐습니다. 후스는 '14억 중국인의 스승'으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후스가 미국 유학 시절인 1912~1918년에 쓴 18권 분량의 이 일기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국인이 쓴 가장 비싼 일기로 기록됐습니다.
   그의 일기에는 미국 생활 초기의 활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의 중국 혼란기에도 일기가 잘 보관돼 경매가가 높았다고 해요. 과연 그가 중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기에 일기가 이토록 높게 평가받았을까요?
                                                                1. 최연소 베이징대학 교수
   후스는 1891년 12월 17일 중국 안후이성 지시현에서 태어났어요. 스스로 공부하기를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등 매우 총명했던 그는 1904년 상하이로 가 근대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그는 량치차오, 옌푸 등 당시 중국의 저명한 사상가들 영향을 받으며 서양의 근대적 사상을 깨쳤어요. 특히 옌푸의 '천연론'에 담겨 있던 서양의 진화론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자기 이름에 적자생존의 '적'이라는 글자를 넣어 평생 본명이 아닌 '호적(胡適·후스)'이라는 필명을 사용했어요.

1958년 대만에서 후스와 장제스가 함께 있는 모습입니다(왼쪽 사진). 최근 경매에서 238억원에 낙찰된 후스의 일기입니다. /위키피디아·신경보
 1958년 대만에서 후스와 장제스가 함께 있는 모습입니다(왼쪽 사진). 최근 경매에서 238억원에 낙찰된 후스의 일기입니다. /위키피디아·신경보
    후스는 그러다 1910년 미국 유학생 시험에 합격해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됐어요. 후스는 미국의 명문 코넬대학에 입학해 농학을 공부했지만, 전공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대요. 이후 컬럼비아대학으로 학교를 바꾸며 전공 또한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던 철학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1915년에는 대학원에 입학해 실용주의 사상의 대가 존 듀이에게 철학을 배웠어요. 자신과 딱 맞는 전공을 만난 이후 글과 강연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어요. 1917년 귀국한 그는 당시 최연소 베이징대학 교수로 초빙됐죠.
                                                                  2. 공자·유학 숭배 비판
   후스는 중국의 낡은 것을 서양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후스는 중국을 방문한 스승 존 듀이와 함께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비판적 태도와 과학적 방법으로 중국의 근본적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자고 주장했죠. 특히 같은 베이징대학 교수였던 천두슈가 창간한 '신청년'이라는 잡지에 참여하며 신문화 운동에 앞장섰어요. 그는 구시대적 봉건주의를 반대하고 개성과 자유, 민주와 과학을 적극적으로 추구했죠. 공자와 유학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삼강오륜 또한 현 시대에는 맞지 않는 논리라고 주장했고, 여성관에서도 유교의 열녀관을 비판했고 현모양처가 아닌 교육을 통해 독립한 여성이 미래 사회 여성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중국어의 구어체인 백화문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사대부들이 즐겨 쓰던 고전 문어체가 아닌 평민들이 쓰는 구어체를 써야 한다고 본 것이죠. 그는 고전 문어체를 '죽은 문자'라고 평가하며 "중국이 살아 있는 문학을 하려면 반드시 백화문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20년에는 중국 신문학 사상 최초 백화문 시집인 '상시집'을 출판했습니다. 당시 중국 보수주의자들은 '오늘날 젊은이들이 후스를 천제(天帝·하늘의 황제)로 삼는다'고 우려를 표했어요.
                                                                 3. 사상·교육·문학에 발자취
   후스는 중국 국민당 정부의 외교관 역할을 하며 정치에 참여했습니다. 1937년 중일전쟁이 터지자 일본에 결사 항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1938년부터 1942년까지 주미 대사를 지내며 미국의 경제 지원과 항일 투쟁 지지 여론을 형성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일제 패망 이후 국민당과 공산당의 전쟁인 국공 내전에서 공산당이 승기를 잡자 베이징을 탈출해 장제스가 있는 타이완으로 갔어요.
   서구적 법치와 대의제' '전문가에 의한 정치' 등을 내세우며 정치 제도 변화를 주장한 그는 장제스의 잘못을 지적하고 그의 독재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1962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기까지 그는 타이완에서 지속적으로 자유주의 운동을 펼쳤습니다. 사상, 교육, 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눈에 띄는 발자취를 남겼죠. 후스는 중국인을 계몽하고 구습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한 선구자적 지식인으로서 지금도 많은 중국인에게 추앙받고 있답니다.
                                                                                      <참고문헌>                                                                                   
   1. 서민영, "14억 중국인의 스승...낡은 관습 서양식으로 바꾸자", 조선일보, 2020.12.31일자.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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