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재보궐 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전체 유권자의 약 4분의 1이 투표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전체 유권자의 뜻을 가늠할 수 있는 선거였는데,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지닌 정부여당의 스텔스 권위주의(stealth authoritarianism)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이러닉하게도 2016년 국회의원선거 이후 4연승을 거듭해 오던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한 원인도 스텔스 권위주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텔스 권위주의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합법적인 외양으로 언론과 사법부, 정치적 경쟁자들을 무력화 해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을 일컫는데,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평화와 개혁을 명분으로 삼아 민주주의의 세 기둥인 인권과 자유의 보장, 공정한 선거, 그리고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주민의 인권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큰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킨데 이어서, 정부는 탈북민 단체들을 감사하고 그중 두 곳은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북한으로 돌아가면 해를 당할 것이 뻔한데도 범죄를 저질렀다는 북한의 주장만으로 탈북자 2명을 북송시켰고, 북한 쪽으로 표류한 공무원을 구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안 해 결국 비참한 죽음에 이르게 했다. 또, 코로나를 명분으로 집회의 자유를 사실상 봉쇄했다.

    선거의 공정성에서도 상당한 후퇴가 있었다. 울산시장 1명을 당선시키겠다고 청와대 내 8개 부서가 총동원되었고, 청와대 하명으로 현직 시장인 김기현 후보가 공천장을 받던 날 경찰이 사무실을 덮치는 일도 있었다. 검찰의 기소가 곧 유죄는 아니니 법원의 판결을 받아 봐야한다. 그러나 문제는 법원이 문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인지 기소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단 한 차례도 공판이 열리지 않고 있다. 또, ‘내로남불’이나 ‘민생파탄’과 같은 말은 여당을 생각나게 한다고 투표독려 문구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한 선관위가 ‘1번 찍어’를 연상시키는 ‘일등시민 일찍일찍’은 허용하는 등 심판이어야 할 선관위가 여당의 일원으로 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특정회사의 빵 박스에 투표지를 허접하게 보관한 것도 모두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법치주의의 후퇴는 더 드라마틱하다. 조국 전 장관 일가와 울산시장선거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자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공수처를 만들어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했고, 검경수사권조정이라는 명분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더 축소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는지 이제 검찰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외치기에 이렀다. 또, 울산선거 수사팀과 같이 정권과 관련 있는 사건을 조사한 수사팀은 공중분해 되거나 수사검사가 인사이동을 당했다. 법대로 조사를 하고자했던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는 7건의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수사권지휘권을 발동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직무정지에 이어서 징계를 했다. 모두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주주의의 세 기둥인 자유와 인권, 공정한 선거, 그리고 법치주의가 후퇴했는데, 이러한 민주주의의 후퇴는 경제의 후퇴를 초래한다.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불만을 돈을 풀어서 해소하고 돈을 풀어서 지지를 동원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후퇴와 포퓰리즘(populism)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또, 민주주의의 후퇴는 불합리한 정책도 권력자들 마음대로 추진하기 때문에 자원의 낭비와 비효율, 부패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경제의 후퇴를 초래한다.

    7천억 원을 들여서 수명을 연장한 월성원전을 경제성을 조작하면서까지 조기폐쇄하고,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나오는 판국에 탈 원전으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한전이 1조 6천억 원이나 들여서 한전공대를 만든다. 환경부, 해수부 등 정부부처 스스로가 지적하는 환경, 안전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가덕도 공항에 30조에 가까운 돈을 쓰겠다고 특별법까지 만들었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는 재정으로 가림막을 치고 있다. 코로나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가채무가 300조 이상 증가한 것은 불합리한 정책도 밀어붙이는 권위주의와 돈으로 지지를 동원하는 포퓰리즘에 기인하는 바 크다. 투기꾼만 잡으면 부동산 가격이 잡힌다며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부동산정책은 실패했고, 부동산정책 실패는 가계부채를 400조원 이상 증가시키는 주된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탈권위적 기획된 행사와 각종 현금지원 및 현금지원성 일자리 제공은 민주주의와 경제의 후퇴를 자각하기 어렵게 했다. 마비된 국민의 눈을 뜨게 한 것은 문정부가 재정을 어떻게 접근하는지 양심 선언한 신재민 사무관,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황제휴가를 양심 선언한 당직사병, 전 정부를 적폐로 몰았던 문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내편은 봐주고 탈법도 일삼는다고 공익신고한 김태우 조사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는 피해자를 위해야 할 시민단체가 사회적, 정치적 권력을 누리는데 피해자를 이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윤석열 총장을 비롯한 검찰의 조국 전 장관 일가와 울산시장 선거에 대한 조사는 국민이 위선의 마법에서 풀려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물론 한 번의 선거결과로 민주주의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성급하다. 경제위기와 빈부격차의 확대는 포퓰리즘의 얼굴을 가진 권위주의에 취약함이 전 세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문 정부가 초래한 경제후퇴와 빈부격차의 확대는 또 다른 포퓰리즘적 권위주의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적 권위주의는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악화시킨다는 것이 이미 포퓰리즘적 권위주의를 겪은 국가들의 교훈이다. 대표적으로 베네수엘라는 차베스(Chaves)와 마두로(Maduro) 대통령의 포퓰리즘적 권위주의를 겪은 이후 산유국임에도 시체의 금니를 뽑는 무덤도둑까지 설치는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암울한 시나리오가 작동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선구안과 더불어 민주주의만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확신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자유가 없으면 시장은 작동할 수 없고, 법치주의가 바로서야 투자가 활성화된다. 투자가 활성화 돼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 세계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참고문헌>
    1. 김민전, "스텔스 권위주의 제동 걸리나?", 충청투데이, 2021.4.13일자.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