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무위(無爲)’와 ‘무아(無我)의 참뜻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04.05 16:42

                                                                              무위(無爲)’와 ‘무아(無我)의 참뜻

   노자(老子) 사상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철학자의 연구실은 뜻밖에도 명품 매장이 즐비한 서울 청담동 한복판에 있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지만, 노자의 ‘도덕경’이 결코 은둔의 철학이 아니라는 그의 지론과 무관하지 않은 듯했다.

   최진석(62) 서강대 명예교수는 지난 연말 5·18 특별법을 비판하는 시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그가 새로 낸 책 ‘나 홀로 읽는 도덕경’(시공사)은 본업인 노자 철학으로 돌아가 ‘도덕경’의 독해를 도와주는 책이다. 대화체로 쉽게 풀어낸 40가지 문답 뒤에 ‘도덕경’의 원문과 해석이 펼쳐진다.

최진석 교수는“도덕경의 세계는 각성된 개인들이 주체”라며“생각하지 않는‘예능 국가’에서 스스로 생각하는‘예술 국가’로 도약하게 도와준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최진석 교수는“도덕경의 세계는 각성된 개인들이 주체”라며“생각하지 않는‘예능 국가’에서 스스로 생각하는‘예술 국가’로 도약하게 도와준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21세기야말로 노자 사상에 새롭게 주목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지난 근대가 본질과 실체를 중시하고 사람과 사물을 규정하던 시대, 공자의 사상에 어울리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 관계에 대해 깊이 살펴야 하기 때문이죠.” 그는 노자가 한 측면만 본 것이 아니라 일(日)과 월(月), 명(明)과 암(暗), 유(有)와 무(無) 같은 ‘대립면의 상호 의존’을 인식한 고도의 통찰력을 지닌 사상가였다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통찰력이라는 것이다. “도덕경의 세계는 각성하고 생각할 줄 아는 개인들이 모여 이뤄집니다.”

   공자 사상이 중앙 집권적, 이념적 특성을 보였다면 노자는 지방 분권적이고 실용적인 사상가였다고 그는 말했다. “저는 마오쩌둥(毛澤東)이 공자에 가깝고, 덩샤오핑(鄧小平)이 노자에 가깝다고 봅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노자를 반(反)문명이나 현실 도피적 사상가로 보는 것은 틀린다고 했다. “그냥 자연 속으로 돌아가라는 게 아니라, 자연의 운행 원칙을 인간의 삶 속에서 제대로 구현하자고 한 것이죠. 그건 현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노자는 오히려 성공 지향적, 문명 지향적 사상가였던 셈이다.

   ‘무위(無爲)’나 ‘무아(無我)’ 같은 개념도 ‘나를 없애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를 규정하는 굳은 틀을 걷어낸 뒤 드러난 진짜 자기가 세계와 진실한 관계를 맺는 것’이 된다. “이미 정해진 가치와 이념을 통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대로 보고 나의 길을 찾는 것이 무위입니다.”

   노자의 눈으로 볼 때 지금의 우리 현실도 새롭게 해석된다. 최 교수는 “이 세상을 노자처럼 상호 의존적 대립 관계로 보기는커녕 이념 지향적으로 한 면만 보는 정치 세력이 문제”라고 했다. “예를 들어 아파트 값이 오르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갈등 문제로만 보고 세금을 올립니다. 조세 공정성 훼손, 건설 경기 침체, 국민 불신감 증폭 같은 다른 여러 부작용을 함께 고려하는 능력이 결여돼 있는 것이죠.” ‘도덕경’ 3장에서 ‘저 헛똑똑이들이 과감하게 행동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사부지자불감위야·使夫智者不敢爲也)’고 질타한 것이 이 상황에 꼭 어울린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대학원 박사과정 시절 거울 속의 자기 모습에서 행복한 표정을 읽지 못해 충격을 받고, 수교 전의 중국으로 건너가 2년 동안 방랑하며 ‘이념과 결별하고 나 자신을 찾았다’고 했다. 대학교수를 하다 ‘나만의 고유한 비린내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에 정년을 8년 남기고 교수직을 던져버렸다. 최근 정부를 비판한 뒤 ‘약간의 강한 반대와 폭넓고 부드러운 지지를 동시에 받았다’고 했다. 그는 ‘국가란 무엇인가’란 주제를 다룬 책 ‘대한민국 읽기’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참고문헌>

    1. 유석재, "지금 정권은 헛똑똑이...노자라면 질타했을 것", 조선일보, 2021.4.5일자. A25면.

공감 

시청자 게시판

2,095개(20/105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42664 2018.04.12
1714 운산 조평휘 화백, 제19회 이동훈 미술상 본상 수상 신상구 370 2021.08.30
1713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자유로운 상상과 추리 사진 신상구 384 2021.08.29
1712 AI가 장편소설 직접 썼다 사진 신상구 366 2021.08.26
1711 총을 든 선비 박상진 사진 신상구 651 2021.08.25
1710 친일문학과 민족문학 사진 신상구 514 2021.08.25
1709 친일 문학인 42인 명단 신상구 336 2021.08.25
1708 친일시인 미당 서정주 신상구 534 2021.08.25
1707 을유해방기념비, 원위치인 대전역 광장으로 옮겨야 한다 사진 신상구 369 2021.08.24
1706 이방인의 엘도라도에서 조선 광부는 독립만세를 외쳤다 사진 신상구 435 2021.08.18
1705 '호국'정체성 확립 후세에 위국헌신 정신 계승 신상구 357 2021.08.18
1704 밭에서 건진 300년이 완성한 천년왕국 신라 사진 신상구 477 2021.08.18
1703 <특별기고> 8.15광복 76주년을 경축하며 사진 신상구 427 2021.08.18
1702 8.15 광복 76주년 김원웅 광복회장 기념사 전문 신상구 294 2021.08.15
1701 문재인 대통령의 8.15광복 76주년 경축사 전문 신상구 347 2021.08.15
1700 일제가 남긴 '잊어선 안될 상처' 사진 신상구 326 2021.08.15
1699 예산 숨은 독립유공자 발굴해 서훈 신상구 352 2021.08.14
1698 등록된 충청권 독립유공자 2021명 중 2021년 현재 생존자는 2명에 신상구 266 2021.08.14
1697 홍범도 장군 유해, 서거 78년만에 고국 품으로 사진 신상구 362 2021.08.14
1696 대전 곳곳에 청산 조차 잊혀져가는 토지 49곳 산재 신상구 385 2021.08.13
1695 반민특위의 설치와 해체 과정 / 친일인명사전 발간 사진 신상구 444 202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