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서산 마애삼존불의 유래와 가치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10.18 02:58

 

                                          서산 마애삼존불의 유래와 가치

                  /조선일보 DB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 테마 광장에 '백제의 미소'로 잘 알려진 국보 서산 마애삼존불(정식 명칭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의 조형물이 설치됐다고 해요. 서산 마애삼존불<큰 사진>은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가야산 기슭에 세워져 있어서 사람들이 자주 보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서산시는 많은 사람이 우리의 문화유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도록 신도시 광장에 조형물을 세운 거래요.

   대략 6세기 때 만들어진 서산 마애삼존불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磨崖佛·자연 암벽에 조각한 불상) 중에서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백제 불상입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이 저절로 푸근해지는 미소를 보기 위해 가야산 기슭까지 일부러 찾는 사람도 많지요. 이 불상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사람들 감동시킨 '백제의 미소'
   이 불상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1959년이었어요. 부여박물관 홍사준(1905~1980) 관장이 옛 백제 절터인 보원사지를 조사하다 한 나무꾼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요. "바위 위에 환하게 웃는 산신령님이 새겨져 있는데, 오른쪽 작은마누라가 다리 꼬고 앉아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며 '용용 죽겠지' 놀리니까 왼쪽 본마누라가 짱돌을 쥐고 집어던지려 하고 있슈."

   조사 결과 그것은 마을 사람들의 생각처럼 산신령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불상이었습니다. 세 부처 중 가운데는 본존불(으뜸가는 부처)인 석가모니상입니다. 오른쪽 불상은 한쪽 다리를 구부려 다른 쪽 허벅다리 위에 올려놓고 앉아 사색하는 '반가사유상'입니다. 학자들은 미륵보살로 보고 있어요. 왼쪽 불상은 손에 보주(보배로운 구슬)를 들고 서 있는데 관음보살 또는 제화갈라보살로 보고 있죠.

   이 불상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보다도 '환한 미소'에 있습니다. 이 불상과 같은 시대에 만들어진 다른 나라의 불상에 비해 훨씬 더 친근하고 인간적인 미소가 둥글고 넓은 얼굴에서 매력적으로 살아난다는 것이죠. 빛이 어느 쪽에서 비치느냐에 따라 미소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도 하는데,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미소는 가을 해가 서산을 넘어간 어두운 녘에 보이는 잔잔한 모습'이란 얘기도 있어요.

                                                 인도 승려로부터 불교 받아들여 日에 전파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들어온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 2년 때인 서기 372년이었어요. 중국 5호16국의 하나인 전진으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였죠. 백제에는 12년 뒤인 384년(침류왕 1년)에 전래됐는데, 인도의 고승 마라난타가 중국 남조의 동진에서 바다를 건너왔다고 해요.
   신라에서는 눌지왕(재위 417~458) 때 고구려에서 불교가 들어왔다가 527년(법흥왕 14년) 공인되기까지 귀족들의 반대로 갈등이 많았지만, 백제에선 그런 기록이 보이지 않아 불교가 대체로 순탄하게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로왕(재위 455~475) 때 고구려 승려 도림이 백제 왕궁을 드나드는 첩자로 활동했던 걸 보면 백제가 불교에 대단히 호의적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6대 임금인 성왕(재위 523~554) 때에 이르면 백제는 불교식 왕 이름과 연호를 쓸 정도로 불교를 깊이 신봉하는 나라가 됐다고 합니다. 신라의 혜초보다 200년 앞서 인도를 다녀온 백제 승려 겸익도 이때 사람입니다. 552년 귀족 노리사치계를 보내 일본에 불교를 처음 전파한 것도 성왕 때의 일이었죠. 이처럼 불교가 융성해 백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시기가 바로 서기 6세기였습니다.

                                                       중국으로 가는 새로운 교통로
   그런데 왜 그 탁월한 예술품을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세웠을까요? 마애삼존불이 있는 용현리는 2001년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찾아가기 쉽지 않은 산골이었죠. 예전엔 더 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6세기 당시엔 그곳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백제의 중요 교통로였다고 해요.
   백제가 한강 유역을 차지했던 개로왕 이전엔 한강과 서해를 이용해 중국과 교류했고, 그 이전 고구려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시절에는 육로를 통해서도 중국에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으로 서기 475년 웅진(지금의 충남 공주)으로 수도를 옮긴 다음엔 더 이상 그렇게 중국에 갈 수 없었죠.
   하지만 백제는 새로운 바닷길을 개척해 중국·일본·동남아 등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해상 왕국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중국 산둥반도와 가까운 충남 당진과 태안 지역에 중국과 교역하기 위한 항구를 만들었다고 해요. 여기서 백제 수도 웅진이나 사비(지금의 충남 부여)로 가려면 서산과 예산의 가야산길을 거쳐야 했는데, 그 길목 중 한 곳에 만들어진 것이 서산 마애삼존불이었다고 합니다. 부처는 온화하고 넉넉한 미소로 이 길을 오가는 많은 백제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게 아닐까요? '이번 여행도 걱정 말고 무사히 다녀오시길, 하하!'

                                                                       [백제의 보물들]
  서산 마애삼존불과 함께 백제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것이 '백제 금동대향로'와 '산수문전'입니다. 서산 마애삼존불이 불교 문화유산이라면 산수문전은 도교, 금동대향로는 불교와 도교 사상이 복합된 작품이에요.
  금동대향로<왼쪽 사진>는 1993년 충남 부여에서 출토됐을 때 세상을 놀라게 했어요. 봉황 장식, 봉래산(전설 속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 중 하나)이 양각된 뚜껑, 연꽃잎으로 장식된 몸통, 용받침의 4개 부분으로 이뤄졌습니다. 봉황은 꽁지를 쳐들고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데 그 아래 5명의 악사가 보입니다. 몸통에는 정교한 연꽃무늬가 새겨졌고 맨 밑에는 용이 도사리고 앉아 받침을 이루는 구조예요. 중국 형식을 계승하면서도 중국을 뛰어넘은 예술적 경지와 독창성을 보여주죠.
  산수문전<오른쪽 사진>은 백제 특유의 완만하고 부드러운 기법으로 만들어진 벽돌 조각입니다. 구름을 닮은 산봉우리가 첩첩이 둥글둥글 솟아 있고, 흐르는 물과 소나무들이 포근한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뉴스 속의 한국사] 나무꾼이 알려준 산신령 조각… 알고보니 '백제의 미소'
[뉴스 속의 한국사] 나무꾼이 알려준 산신령 조각… 알고보니 '백제의 미소'

      <참고문헌>
  1. 유석재/김연주 기자, "뉴스 속의 한국사] 나무꾼이 알려준 산신령 조각… 알고보니 '백제의 미소'", 조선일보, 2021.10.14일자.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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