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국내 유일의 승려 초상 조각상​인 '건칠 희랑대사 좌상’ 국보 99호로 지정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0.09.03 19:54

                                     국내 유일의 승려 초상 조각상​인 '건칠 희랑대사 좌상’ 국보 99호로 지정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의 정면 모습


    길고 야윈 얼굴에 이마 주름살 세 줄, 깊게 파인 인중….  1100년 전 실존했던 고려시대 고승(高僧)의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조각상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국내 현존하는 유일한 승려 초상 조각상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로 지정예고한다고 2020년 9월 2일 밝혔다.

                                                                                            합천 해인사


    태조 왕건의 스승인 희랑대사(希朗大師)가 앉아 있는 모습을 조각한 것으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82.4㎝. 눈매는 자비롭고, 얇게 다문 입가의 미소에서 내면의 인품까지 느껴진다. 특이하게도 가슴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해인사 설화에는 이 흉혈(胸穴)이 희랑대사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기 위해 직접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신한 흔적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희랑대사의 별칭이 ‘흉혈국인(胸穴國人·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 하지만 박수희 문화재청 학예연구관은 “가슴이나 정수리에 구멍이 있는 승려의 형상은 보통 신통력을 상징한다”고 했다.

희랑대사상의 얼굴 부분. 이마 주름살 세 줄에 깊게 파인 인중, 눈매와 입가 미소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스님의 내면까지 느껴진다.

    동시대 중국과 일본에선 입적한 고승에 대한 추모와 숭앙의 의미로 고승 조각상을 활발히 제작했다. 일본 나라(奈良)의 고찰 도쇼다이지(唐招提寺)에 남아 있는 당나라 감진 스님(鑑眞·688~763)의 초상 조각이 대표적이다.

     일본 나라(奈良)의 고찰 도쇼다이지(唐招提寺) 당나라 감진 스님(鑑眞·688~763)의 초상 조각(일본 국보)

     “깊고 따뜻한 고승의 혼이 그대로 나타난 것처럼 아름답다”(일본 근대 조각사의 거장 다카무라 고타로) 하여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

                              희랑대사상의 옆얼굴. 이마의 주름과 야윈 턱선, 깊이 파인 인중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반면 우리나라엔 승려상의 유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애초 만들지 않았을까. ‘삼국유사’엔 원효대사 열반 후에 아들 설총이 원효의 소상(진흙을 빚어 만든 상)을 모시고 예배 드리자 소상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는 기록이 전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일찍부터 승려상을 만들었고, 스님의 혼까지 느껴지는 극사실적 표현 기법이 일본에 전해졌을 가능성을 희랑대사상이 말해준다”고 했다.

     스님은 2018년 처음으로 해인사 밖을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을 위해서다. 당시 박물관이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라며 북한의 왕건상 자리를 비워둔 채 전시를 강행한 탓에, 관객들은 빈 좌대 옆에 쓸쓸히 앉은 스님을 지켜봐야 했다. 문화재청은 “고려 초기 우리나라 초상 조각의 실체를 알려주는 귀한 작품이자, 후삼국 통일에 이바지한 희랑대사의 높은 정신세계를 예술로 승화시킨 걸작”이라고 했다.

                                                                           희랑대사상의 손 부분을 확대

                                                                                         <참고문헌>

  1. 허윤희, "왕건 스승 ‘희랑대사像’, 국보 된다", 조선일보, 2020.9.3일자.  

        

시청자 게시판

2,112개(18/106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44407 2018.04.12
1771 한민족 사진 140년사 사진 신상구 414 2021.12.18
1770 평화통일의 필요성 신상구 429 2021.12.18
1769 [특별기고] 제9회 '세계천부경의 날'의 역사적 의미와 당면 과제 사진 신상구 393 2021.12.16
1768 박수근 화백의 미술세계 : 고목과 여인 사진 신상구 414 2021.12.16
1767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가 은폐해버린 기록들 사진 신상구 1072 2021.12.16
1766 민요학자 이소라의 생애와 업적 사진 신상구 493 2021.12.14
1765 남신과 동등한 자유로운 여신처럼 성차별 없는 사회를 꿈꾸다 사진 신상구 309 2021.12.12
1764 김옥균, 고종이 보낸 암살단에 격노하여 상소 사진 신상구 377 2021.12.12
1763 열암 박종홍의 생애와 사상 신상구 419 2021.12.11
1762 망명자 김옥균, 박영호의 파란만장한 굴곡진 삶 사진 신상구 333 2021.12.11
1761 망국까지 성리학에 집착한 고종 사진 신상구 377 2021.12.05
1760 가야 금관의 비밀 사진 신상구 385 2021.12.03
1759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사진 신상구 459 2021.12.02
1758 제9회 세계 천부경의 날 기념행사 안내 신상구 377 2021.12.01
1757 기초과학으로 실력 뽐낸 노벨 꿈나무들 사진 신상구 387 2021.12.01
1756 ‘조용한 부흥’ 이끈 창왕의 리더십 글자 크기 변경출력하기 사진 신상구 412 2021.12.01
1755 국난의 시기에 강화도 유감 신상구 371 2021.11.30
1754 호산 박문호 선생이 창건한 서당 풍림정사 사진 신상구 703 2021.11.30
1753 김환기 화백의 생애와 업적과 작품세계 신상구 480 2021.11.29
1752 천안시, 숨은 독립운동가 455명 새로 발굴 신상구 386 202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