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6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동물 뼈에 홈 뚫어 숫자 셌다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06.11 03:47

                                                                6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동물 뼈에 홈 뚫어 숫자 셌다

                                                               

                            

                                                         국제 공동연구진, 숫자 체계가 언제·왜 나타났는지 연구나서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숫자는 인간의 전유물일까. 인류는 언제부터 숫자를 배우고 썼을까. 일상에서 늘 숫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숫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나섰다. 지난 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진은 올해 유럽 연구위원회로부터 1000만유로(약 135억원)를 지원받아 숫자 체계가 언제, 왜, 어떻게 나타났고 확산했는지 연구를 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수를 셀까?

    1900년대 중반 이후 연구에 따르면 많은 동물이 개수로 양을 가늠할 수 있다. 물고기와 벌은 최대 4개까지 개수를 인식할 수 있다. 인간도 양에 대한 감각을 가졌고 문화나 언어에 노출되지 않은 6개월 된 신생아도 숫자를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 인간은 숫자를 배우지도 않고 어떻게 아는 것일까. 이에 대해 과학자들의 의견이 갈린다. 독일 튀빙겐대의 안드레아스 니더 교수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숫자에 대한 인식을 가졌으며 이는 자연선택과 같은 진화 과정을 통해 생겨났다”고 말했다. 숫자에 대한 인식이 인간이 생존하는 데 이익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반면 UC샌디에이고의 라파엘 누녜스 교수는 “숫자는 문자나 기호처럼 문화적으로 관련이 깊다”며 “모방이나 교육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숫자를 셀 때 기호를 사용한다. 프랑스 보르도대의 고고학자 프란체스코 데리코는 4만년 전 멸종한 인류의 사촌인 네안데르탈인을 통해 이런 숫자 체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발견된 약 6만년 전 하이에나 뼈에는 평행한 9개의 홈이 뚫려 있었다. 현미경으로 홈을 관찰한 결과 그 모양과 깊이 등이 비슷해 네안데르탈인이 같은 도구로 만들었다고 추정됐다. 다른 동물 뼈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발견됐다. 4만2000년 된 개코원숭이의 뼈에서도 29개의 브이(V)자 표시가 있었다. 도구 4개로 조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를 예술품이 아니라 숫자를 기록하는 기능적인 물건이라고 추정한다.

                                                         ◇문명 발달할수록 더 큰 높은 숫자 필요

    과학자들은 뼈에 새겨진 기호의 발견을 통해 숫자 체계가 우연에서 시작됐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초기 인류는 사냥이나 도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뼈에 자국을 남겼을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만 이후 기호에 의미가 담기고, 그중 일부는 숫자 정보를 담는다.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들 기호가 1, 2처럼 숫자 부호로 만들어지게 됐다는 내용이다.

    숫자는 문화와도 관련이 깊다. 콜로라도대 고고학자 카렌레이 오버만은 전 세계 수렵 채집 부족 33곳을 분석한 결과 단순한 숫자 체계를 가진 사람들은 무기나 도구, 보석과 같은 물건을 거의 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4보다 작은 숫자만 셀 수 있었다. 반면 4 이상의 셈을 할 수 있는 집단에서는 더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사회에서 숫자 체계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물질을 소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추정한다. 도시가 생겨나고 점점 사회가 발전하며 인구와 자원이 늘자 더 많은 숫자가 필요해졌다. 5500년 전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점토로 만든 작은 토큰을 사용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언어를 통해서도 숫자의 기원을 연구한다. 단어가 얼마 오래됐는지 추적해 숫자의 역사도 파악하는 방법이다. 영국 레딩대 진화생물학자 마크 페이글은 1에서 5까지 낮은 숫자는 10만~1만년 전부터 다른 언어로 대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쓰였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어가 고대의 어느 시점에 유래했는지는 몰라도 현대인과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서로 숫자 단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참고문헌>
     1. 유지한, "6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동물 뼈에 홈 뚫어 숫자 셌다", 조선경제, 2921.6.10일자. B7면. 



시청자 게시판

2,112개(16/106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44474 2018.04.12
1811 베이컨 ‘뉴 아틀란티스’ 신상구 401 2022.01.19
1810 한국어 수출 현황 신상구 333 2022.01.19
1809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는 5가지 방법 신상구 525 2022.01.17
1808 2022년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와 해결 방안 신상구 393 2022.01.17
1807 창덕궁 후원 옥류천 계곡 산수와 정자를 배경으로 벌어졌던 유상곡수연 사진 신상구 400 2022.01.16
1806 격변에 맞선 ‘오디세우스 생존법’ 사진 신상구 348 2022.01.15
1805 교화경인'삼일신고'의 선도사상 실체 신상구 327 2022.01.14
1804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인생을 살았던 헤밍웨이 사진 신상구 344 2022.01.14
1803 동서양의 십이지 동물 사진 신상구 567 2022.01.13
1802 중국과 티베트·위구르 갈등 신상구 358 2022.01.13
1801 티쿤 올람과 홍익인간사상 신상구 395 2022.01.12
1800 천마총과 황남대총 발굴-국보 191호 신라 금관 출토 사진 신상구 401 2022.01.12
1799 인공지능, 편리하지만 해곃해야 할 난제 많아 사진 신상구 363 2022.01.11
1798 임금도 볼 수가 없었던 조선왕조실록 신상구 364 2022.01.07
1797 뉴욕에 전시된 한국 초현실주의 미술작품 해설 사진 신상구 621 2022.01.06
1796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사진 신상구 497 2022.01.05
1795 운명의 청일전쟁 전조 사진 신상구 351 2022.01.05
1794 천재의 시대를 맞은 한국 청년들에게 신상구 320 2022.01.05
1793 우리의 전통놀이를 복원해 살리자 신상구 286 2022.01.03
1792 평생을 가난과 싸우면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만을 그린 국민화 사진 신상구 401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