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문학적으로 조명한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집필한 시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가 1일 최근 흉상 철거 및 이전 논란을 지켜보 홍범도 장군의 시선을 그린 새로운 시 ‘홍범도 장군의 절규’를 발표했다. 앞서 이 교수가 홍범도 장군 평전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가진 모습. [한길사 제공]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문학적으로 조명한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집필했던 시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가 육군사관학교의 교내 흉상 철거 및 이전 논란을 지켜보는 홍범도 장군의 시선을 그린 새로운 시를 1일 발표했다.
이 교수의 ‘홍범도 장군의 절규’라는 제목의 시는 “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라며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로 시작된다.
시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자리한 홍범도 장군 묘소 바로 위에 친일반민족행위 논란이 있는 백선엽 장군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해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라고 했다.
다시 흉상 철거 및 이전 논란과 관련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라며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라고 이어진다.
시는 “이런 수모와 멸시 당하면서 나, 더 이상 여기 있고싶지 않네”라며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로 끝을 맺는다.
육군사관학교는 전날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했다며 교내 충무관 입구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으로 잘 드러낼 수 있는 장소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1920년대 후반 대한의용단 사건으로 대구형무소에 투옥돼 고문을 받은 뒤 풀렸났지만 결국 순국한 독립운동가 이명균 선생의 손자다.
이 교수는 앞서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조부의 영향으로 독립운동사를 천착하게 됐으며, 대부분 독립운동가가 선비, 유생, 지식인 출신인 것과 달리 홍범도 장군은 포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홍범도 장군의 절규-이동순
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그래도 마음 붙이고/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하루 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야 이놈들아/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함부로 강제이주 되어 끌려와 살던/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나, 거기로 돌아가려네/이런 수모와 멸시 당하면서/나, 더 이상 여기 있고싶지 않네/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강토가/언제부터 이토록 왜놈의 땅이 되었나/해방조국은 허울 뿐/어딜 가나 왜놈들로 넘쳐나네/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네/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