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국조는 단군 아닌 환웅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0.11.04 03:45

                                                                                국조는 단군 아닌 환웅

    추석 전날, 내게 역사를 공부하도록 지도해주신 한암당 이유립 선생의 사모 신매녀 여사가 소천하셔서 추석날 간단한 차례를 마치고 대전에 문상을 다녀왔다. 고인은 1986년 4월 이유립 선생이 돌아가신 후 강화도 마리산의 대시전에서 단단학회가 전통적으로 해오던 음력 3월 16일의 대영절(삼신상제 맞이 행사)과 음력 10월 3일의 개천절 제천행사를 빠지지 않고 주관해 오신 분이다. 그러던 분이 2016년에 몸이 좋지 않아 대전 따님 집으로 옮기신 지 4년, 100세가 되는 올해에 돌아가신 것이다.
   작년에 백수(白壽)잔치를 하려다 못해드린 것이 영원한 죄책감으로 남게 되었지만, 따님 이순직씨와 3시간 가까이, 지금은 활동이 거의 없어진 단단학회와 한암당선생기념사업회 재건 등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길에 마침 ‘모레가 개천절’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개천절과 국조도 바로잡아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양력 10월 3일을 개천절이라고 보지 않는다.)
   1909년에 단학회를 창립한 이기 선생과 단군교(1910년 ‘대종교’로 이름을 바꿈)를 세운 나철 선생은 같은 민족종교 운동을 벌였으나 결국에는 개천(開國天下)을 한 사람, 즉 국조(國祖)에 대한 이견으로 서로 갈라선 것으로 알고 있다. 단학회를 창립한 이기, 이관집(이유립 선생의 아버지), 계연수 등은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라 환인으로부터 천부인 세 개를 받고 태백산에 내려와 이 땅에 첫 나라를 세운 사람이 환웅이므로 환웅을 국조(國祖)로 보았다. 그러나 나철은 천부인을 받아 3천 무리와 내려온 신인이 단군이며, 따라서 국조(國祖)가 단군이라고 주장했다.
   나철이 그 무렵 어떤 근거로 개천(開天)한 국조가 단군이라고 했는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조선왕조 초기의 실록에 그런 내용이 일부 실려 있다. 또한 대종교 2대 교주였던 김교헌이 1914년에 쓴 『신단실기』 맨 앞쪽에는 “환인, 환웅, 환검은 삼신이다. 상원 갑자(서기전 2457년) 10월 3일에 환검이 신으로서 사람으로 화하여 천부인 세 개를 가지고 태백산 단목 아래에 내려와 신교를 베풀자, 사람들이 많이 모여 마치 시장을 이루는 것 같았으므로 신시(神市)씨라는 칭호가 생겼으며, 그 후 개천 125년 무진(서기전 2333년) 10월 3일에 사람들이 이 신인(神人)을 추대하여 임금으로 삼으니 단군(檀君)이시다. 나라 이름을 단(檀)이라 했으며 배달이라고 불렀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런 역사관을 가진 대종교가 대일 광복투쟁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단군 국조론’이 민족을 결속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그래서 지금도 단군을 국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종교에서는 개천절을 단군과 연결시켜 여러 가지 행사를 하고 있다. 반면에, 광복 후 이유립 선생이 단단학회로 재탄생시킨 ‘단학회’에서는 ‘환웅(桓雄)을 개천, 즉 최초의 나라를 세운 국조’로 보고, 마리산의 개천각을 우리나라의 시작으로 본다는 의미의 ‘대시전(大始殿)’이라고 부르면서 중심에 환웅천왕상, 좌우에 치우천왕과 단군왕검상을 모셔놓고 개천절에 개천을 하신 환웅천왕에게 제사를 올리고 있다.
    성씨의 시조와 마찬가지로 겨레의 역사는 국조로부터 시작되므로 누구를 국조로 보느냐 하는 것은 역사의 출발점과 연관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현재 국사교과서에서는 『삼국유사』의 ‘삼천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에 내려와 신시를 열었다(=開天)’는 내용을 소개하면서도 고조선을 역사상 최초의 국가라고 한다.
    이는 거짓말이 되므로 정부와 학계에서 관련 역사기록을 모두 찾아 연구·분석하여, 국조와 함께 개천절의 날짜를 양력으로 하더라도 환웅 때의 음력 10월 3일에 해당하는 날로 환산하여 바로잡아야 한다. 양력 10월 3일은 개천절과는 무관한 날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박정학, "국조는 단군 아닌 환웅", 울산제일일보, 2020.10.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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