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음악 속 ‘식민 잔재’ 청산에 크게 기여한 고 노동은 선생 1주기를 추모하며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17.12.23 12:26

                                                 음악 속 ‘식민 잔재’ 청산에 크게 기여한 고 노동은 선생 1주기를 추모하며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신상구

    관현악을 전공한 노동은(노동은) 선생이 ‘친일음악’이라는 낯선 세계로 다가간 것은 임종국의 『친일문학론』을 접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친일문학론』(민족문제연구소, 2013.5.8)을 읽으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눈뜨게 된 그에게 ‘2차 충격’은 광주였다. 독재정권의 실체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의 진실을 알게 된 그는 ‘한국음악의 정체성’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 1980년대 중반 ‘일본 정신과 굴절된 음악인의 허위의식’, ‘일제 때 음악인들 어떻게 동원했나’ 등의 글을 게재하며 그는 친일음악 연구에 본격적인 장을 열었다.
    지난해 12월2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노동은 교수(중앙대)의 1주기를 맞아 그의 유작 모음이 나란히 출간됐다.『친일음악론』과『인물로 본 한국근현대음악사』. 한국·중국·하와이·미국 등에 흩어져 있던 악보들을 모아 지난 8월 발간된『항일음악 330곡집』(민족문제연구소, 2017.8.15)까지 합치면, 친일과 항일이란 그의 연구 두 축이 세워진 셈이다. 지은이는 친일 음악인들의 허울을 걷어내고 역사를 바로잡자는 주장을 과감히 펼친 한편, 이토 히로부미를 쏜 뒤 뤼순 감옥에 갇힌 안중근 의사가 직접 작사·작곡한 옥중가를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하는 등 항일음악 발굴에도 힘썼다.
   『친일음악론』(민속원, 2017.12.2)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쌓여온 친일음악 연구의 성과를 살피고, 조선총독부의 음악통제정책과 이에 부역한 친일음악인·단체의 활동 실태, 왜색이 짙은 엔카류의 대중가요 문제, 안익태 등 만주국에서 활동한 한국 음악가들을 다룬다. 조선총독부는 보안법·집회취체령 등으로 음악회 자체를 통제했고, 한국의 민족 음악을 연주하면 불경죄로 다스렸다. 자의든 타의든 많은 음악인들은 군국주의에 복무했다. 홍난파·현제명 등 다수의 음악인들은 “음악보국운동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며 ‘공군의 노래’, ‘정의의 개가’, ‘후지산을 바라보며’ 등을 작곡했다. 비행기 소리를 듣고 아군과 적군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는 일본 해군의 요청으로, 전국 음악경연회에 성악·피아노·바이올린 부문에 더해 ‘음감’ 부문이 신설되는 등 음악은 전시체제에 철저히 이용됐다. 지은이는 음계·높이·길이·음세기·음빛깔·빠르기·박자 등 ‘음향적 재료’ 분석을 통해 ‘쎄쎄쎄~’, ‘여우야 여우야’처럼 한국의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우리 일상에 녹아 있는 식민 잔재 청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물로 본 한국근현대음악사』(민속원, 2017.12.2)는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남북한의 독재정권 등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에서 서로 엇갈린 선택을 한 음악인 10명의 삶을 담았다. 갑신정변의 실패로 처형된 구한말 개화파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양악 전공자인 이은돌, ‘흥사단가’를 지은 ‘민족음악가’로 잘못 알려졌던 친일 작곡가 홍난파, 예술적 재능이 넘쳤으나 일제강점기 내내 ‘침묵’으로 저항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에도 정권에 쓴소리를 마다않은 채동선, 프로코피예프·쇼스타코비치 등이 극찬했지만 북한의 남로당 숙청에 휘말려 주물공장 노동자로 전락했던 김순남, 나치체제 하에서 일본인 만주제국 외교관 집에서 기거하며 ‘만주환상곡’을 작곡한 에키타이 안(안익태), 중국과 한반도에서 민족독립을 위해 싸운 항일사회주의자 정율성 등이 소개된다.
   민족음악학자인 노동은 선생은 항일음악과 친일음악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업적을 쌓고 지난 2016년 12월 2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고 노동은 교수는 지난 1990년 중국 동북에서 항일노래 악보를 발굴한 인연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산재한 항일음악 원곡을 발굴·복원하기 시작해 무려 17년 동안 항일음악과 친일음악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업적을 남겼다.
   고 노동은 교수는 지난 2011년 11월24일 서울 용산구 숙명아트센터에서 민문연이 주최한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 '항일음악회'의 총감독을 맡으면서 민문연과 '항일음악 330곡' 발간 기획논의를 시작했고 2012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복원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용창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고 노동은 교수가 복원작업 도중 지병이 악화돼 발간이 늦어졌고 고인이 별세한 뒤 교정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미 복원작업을 95%이상 끝내놓은 상태였다"며 "아들인 노관수씨가 작곡을 전공한 덕분에 고인의 유작을 이어받아 완성했다"고 전했다.
   故 노동은 교수의 1주기를 맞이하여 지난 12월 9일 오후 1시 추모 학술회의와 음악회가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개최되었다.
   고인이 몸담았던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가 주최하고 '노동은 교수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주관하는 '故 노동은 교수 1주기 추모 학술회의 및 음악회'는 1부 '노동은 교수 소장자료의 가치와 그의 유작보기'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 및 출판기념회와 2부 추모식 '노동은의 꿈과 사랑, 민족음악', 그리고 3부 음악회 '노동은이 사랑한 음악가와 그들의 소리'로 나뉘어 오후 6시까지 진행되었다,
   1주기 추모 학술회의와 출판기념회에서는 노 교수가 평생 수집해 남긴 근현대 음악사의 기초자료를 정리해 분야별로 소개하고, 생전에 써 놓았던 글을 모아 한국음악연구소 제자들이 1주기에 맞추어 출간한『인물로 본 한국근현대음악사-음악가 10인의 엇갈린 선택』, 『친일음악론』의 출판기념회도 열렸다. 특히 이번 1주기 추모학술회의에서는 일제 강점기와 해방 공간에 나온 각종 음악회와 공연 팸플릿 원본, 일제강점기에 출간된 희귀본 창가집 원본 등을 비롯해 1929년 수암 김유탁의 지도를 받은 김수복 등 평양기생학교 기생 9인의 합작도, 1920년대 활동한 기생 출신으로 조선미술전람회에 여러 차례 입선했던 여성 서화가 오귀숙의 서예 작품도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이건용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임헌형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의 추모사에 이어 3부 음악회에서는 정사인, 김순남, 지영희, 윤이상 등 노동은 교수가 사랑한 음악가들의 노래와 연주가 50분 동안 진행되었다.
   노동은 선생은 1946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대학원 음악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목원대 관현악과 교수와 음대학장을 거쳐 1999년부터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했으며, 한국음악학회 회장,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부위원장,  광주정율성국제음악제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한국 근대 음악사』(민속원, 2015.11.15),『친일음악론』(민속원, 2017.12.2),『인물로 본 한국근현대음악사』(민속원, 2017.12.2) 등 30여권의 단행본과 400여 편의 논문을 남겼다. KBS 국악대상 특별공로상, 제5회 박헌봉 국악상을 수상했다.  
                                                                                <참고문헌>
  1. 이승현, “민족음악가 故 노동은 교수 1주기 추모학술회의·음악회”, 통일뉴스, 2017.12.6일자.  
  2. 이주현, “음악 속 ‘식민 잔재’ 청산… 노동은 교수 1주기”, 한겨레신문, 2017.12.22일자. 5면.
                                                                                <필자 소개>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 아호 대산(大山) 또는 청천(靑川), 본관 영산신씨(靈山辛氏) 덕재공파(德齋公派)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 종로구 재동지점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4권.  
  .주요 논문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 등 90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시부문 신인작품상, <문학사랑> · <한비문학> 문학평론 부문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동양일보 동양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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