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민족시인 심연수를 아시나요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16.12.04 21:49

                                                                         민족시인 심연수를 아시나요

                                                                           1. 심연수의 생애와 업적
  일제시대 민족시인으로는 윤동주, 이육사, 이상화, 심연수 등을 들 수가 있다. 그런데 심연수는 최근에 자료가 공개되어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민족시인 심연수(沈連洙, 1918-1945)는 1918년 5월 20일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당시의 행정구역은 경포면 난곡리 399번지)에서 삼척심씨 심운택과 부인 최정배 씨 사이에서 5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25년 3월 경 가족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하였으며 12세 때인 1930년 중국(당시 만주국) 흑룡강성 밀산을 거쳐 1936년 용정으로 이주해 동흥소학교 5학년에 편입하여 소학교를 마치고 1937년 동흥중학교에 입학하여 본격 습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1940년(22세) 4월 <만선일보>에 ‘대지의 봄’, ‘려창의 밤’ 등을 발표하였으며,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대학 예술학부 창작과에 입학하였다.
  심연수 시인은 일본 유학생활동안 신문배달 등을 하면서 학비를 벌며 문학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일제의 본토에서 일제의 만행을 직시하게 된 심연수 시인은, 태평양 전쟁의 참상과 쓰러져 가는 일제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졸업을 앞 둔 1943년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제가 "학도병 징집령"을 선포하자 심연수 시인은 반일 청년학도 소그룹을 대표해 당시 항일 운동가였던 여운형 선생과 만나 징집 반대투쟁을 도모하고 학생들과 함께 조직적인 징집 반대투쟁을 벌인다.  
  1943년 7월 13일 일본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지바현 등지에서 일제의 학병 강제 징집을 피하다가 그해 겨울을 전후해 나진항을 거쳐 만주 용정으로 귀환하였다.
   이후에도 학병을 피하여 영안현 신안진 등지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심연수 시인은 신안진에서 초등학교 교원을 하며 학생들에게 반일·민족사상을 고취하다 두 차례에 걸쳐 옥고를 치르기도 한다. 이 시절 그는 민족정서와 일본의 필연적 패망을 시로서 노래하기에 이른다.
                
                                                                            봄은 가까이에 왔다  
                                                                            말랐던 풀에 새움이 돋으리니    
                                                                            너의 조상은 농부였다    
                                                                            너의 아버지도 농부였다
                                                                            전지는 남의 것이 되었으나    
                                                                            씨앗은 너의 집에 있을게다
                                                                            <'소년아 봄은 오려니' 중에서>  

   누구보다 세계 정세에 민감했던 심연수는 1945년 8월,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투하했다는 소식을 듣고 독립의 일제의 마지막을 동포들에게 전하기 위해 용정으로 돌아오던 도중 왕청현에서 일제 앞잡이에게 총을 맞고 27세의 나이로 사망하게 된다. 그렇게 염원하던 조국의 광복을 일주일 앞 둔 1945년 8월 8일이었다.
                                                                             2. 심연수의 작품세계
    2000년 7월 중국 용정시 길흥8대에 거주하는 동생 심호수에 의해 55년간 항아리에 담겨 비밀리에 보관되어 오던 육필 유고가 《20세기중국조선족문학사료전집》제1집 심연수문학편에 수록됨으로써 마침내 세인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현재 심연수의 문학세계에 대하여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윤동주에 버금가는 민족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심연수의 시들은 짙은 민족의식과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을 바탕으로 암울한 식민지 상황에서 압박 받던 동포들에게 자연의 법칙대로 일제는 멸망하고 광복의 새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일제 암흑기에 만주땅에서 문학으로 민족의 저항 혼(魂)을 일깨우고 망국의 한을 달랬던 것이다. 그의 시에서 보여지는 일제에 대한 저항의 농도는 윤동주, 이육사, 이상화 등과 비교될 만큼 짙다. 특히 심연수의 극적인 삶 및 문학성은 일제의 탄압과 감시를 피해 간도지역에서 중학교를 다녔으며, 일본에서 유학했고 요절 한 후에 유작이 평가받았다는 점 등에서 윤동주와 비교된다.    
   그러나 작품면에 있어서는 윤동주 시인이 내성적, 서정적 시를 구사한데 비해, 심연수 시인은 직설적, 대응적 시풍을 지녔다는 차이점을 보인다. 또한 윤동주 시인이 생전에 시 한편 발표하지 않았지만 심 시인은 만선일보에 발표하는 등 활동을 했다는 것, 윤 시인이 광복 이후 곧바로 부각됐던 것과 달리 심 시인은 작품을 남겼다는 사실조차 사후 55년만인 2000년에서야 밝혀졌다는 차이점들이 있다.  
  심연수 시인의 존재가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유는 중국 문화대혁명 때 박해를 받았던 가족들이 유고의 존재 자체를 숨겨왔기 때문이었고 결국 반세기가 넘어서야 항아리에 담아 묻어두었던 시 300여편, 만필과 소설 7편, 평론 1편, 기행문 1편, 일기 300여편, 편지 200여 통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시의 방대한 분량이나 극적인 삶이 심연수를 다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작품 그 자체로서 갖는 의의뿐 아니라 1930년 대 말 강릉에 있는 친척집을 오고가면서 쓴 그의 기행문은 당시 한반도의 모습과 일제의 수탈상을 보여주는 좋은 사료로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명재 중앙대 국문학과 교수는 "심연수의 시 미학적 특성들과 문학사적 의미를 감안하면 그는 실로 식민지시대 항일문학의 한 전형이며, 특히 민족수난의 삶과 항일적인 작품 실적 등에서 결코 윤동주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일제 말의 한글문학을 지켜온 쌍벽"이라며 "심연수의 항일민족시인으로서의 존재는 바람직한 한국민족문학의 정체성 찾기와 함께 제대로 자리매김 해 주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그 동안 우리 문학사에서는 1940년대를 일컬어 "우리문학의 암흑기"라고 평가해 왔다. 일제의 말살 정책의 의해 우리 한글 문학이 답보의 상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연수 시인의 발굴은 우리 문학사를 새로 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남겨주고 있다.  
    연변 '문학과 예술' 출판사의 김룡운 편집위원은 "심연수 시의 특징은 유연성과 거창성이다. 또한 간도 문학의 경우 향수와 조국애, 민족적 정서가 시의 주조였는데, 이번 심연수의 유작에서는 모더니즘 경향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설명한다. 즉, 심연수 시인의 발굴은 우리 한글문학의 지역적 범위가 한반도에서 만주지역에 이르 기까지 폭넓게 바뀌어야 하며, 만주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작가들에 대한 계속적인 발굴과 작품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얼마 전 '강릉 문학의 재발견, 민족시인 심연수의 가치조명'을 주제로 심연수 시인의 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엄창섭 관동대 교수는 "심연수의 문학작품에는 자연의 일부였던 과거의 세계에 대한 추억과 보편적으로 우리가 품고 있던 본원적인 기대와 갈망, 또 그 세계로 복귀하려는 고향에 대한 자연회귀 의식이 다양한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또한 긴장미의 완성을 보이고 있는 그의 후기 시편에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추구, 정체성이 자리해 있다." "일제 강점기 그만의 빛나는 서정은 한국적 자연에 힘입고 형상화 돼 체험과 형상의 틀 속에서 새로운 시의 지평을 열어주었다"고 평했다.  
   심연수가 발굴 된 이래 그의 시 세계와 문학정신을 조명하는 연구 및 작업이 고향인 강릉과 중국 용정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2001년 광복절을 전후해 강원도민일보에 의해 집중 발굴이 이뤄졌고, 이후 '대표 시선집-소년아 봄은 오려니'의 출간을 비롯해 한, 중 학술대회, 논문발표 등의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심연수 시인의 발굴을 계기로 간도의 한글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각 기업들의 지원사업 등이 이루어지고 심연수를 비롯한 간도의 한글문학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는 등의 사업이 지금이라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 심연수 시인 유품, 고향 강릉으로 돌아왔다
   심연수 선양회(회장 이진모)는 지난달 중국 용정에서 심 시인의 유품들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번에 가져온 유품은 조선어·영어·일어 도서 147권을 비롯,교과서 14권과 동흥소학교 졸업기념사진·우등상장,동흥중학교 학업성적통지서,용정국민고등학교 졸업앨범,일본대학 전문부예술과 학생증·졸업앨범 등이다. 특히 심 시인이 쓴 것으로 보이는 ‘부영(復影)’이라는 제목의 시 1편이 발견돼 주목을 끌고 있다.  
   유품에는 또 심연수 시인의 동생 심해수 씨가 윤동주 시인의 동생 윤광주 씨에게 빌린 것으로 추정되는 ‘윤동주 시인의 스크랩북’ 2권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스크랩 북은 역사 인물을 다룬 신문기사와 칼럼,문학작품 기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품들은 현재 심연수 시인의 조카인 심상만 씨의 뜻에 따라 강릉에 위치한 삼척 심씨 대종회 사무실에 보관되고 있다. 한편 심연수 시인은 지난 2000년 강원도민일보 등에 의해 사후 55년만에 시 312편 등 유작이 발굴되면서 재조명·선양사업이 활발히 진행됐다.  
   심연수 시인의 유품은 동생인 심호수 씨가 보관해 왔으며 그가 작고함에 따라 지난 4월에는 강릉시에 심 시인의 육필원고가 기탁되기도 했다.    
                                                                      <민족시인 심연수 연보>
          ·1918년 5월20일 강릉시 경포면 난곡리 399번지(현 강릉시 난곡동 399)에서 출생
          ·1925년(7세) 3월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
          ·1930년(12세) 만주 간도 밀산을 거쳐 신안진으로 이주
          ·1935년(17세) 만주 간도 연길현 길안툰(현 용정) 이주
          ·1936년(18세) 용정 동흥소학교 5학년 편입
          ·1937년(19세) 3월4일 용정 동흥소학교 졸업
          ·1937년(19세) 용정 동흥중학교 입학 B조에 배치
          ·1940년(22세) 4월 <만선일보>에 ‘旅窓의 밤’ 등 발표
          ·8월 중순 10여 일간 고향 강릉 방문
          ·1940년(22세) 12월5일 용정 동흥중 제18회 졸업
          ·12월17∼25일 강릉 방문·1941년(23세) 2월 일본으로 건너감
          ·4월 일본대학 예술학원 창작과 입학
          ·1943년(25세) 7월13일 일본대학 졸업
          ·1943년(25세) 겨울 일제의 학병 강제징집 피해 만주로 귀환
          ·1943년 신안진과 영안현에서 소학교 교사로 근무
          ·1945년(27세) 2월 용정시내 예배당에서 백보배와 결혼
          ·1945년(27세) 8월8일 영안현에서 용정으로 오던 중 왕청현 춘양진에서 피살
          ·유작노트 8권(시 312편 외에 수필, 소설, 1년치의 일기, 편지 등)의 유고 남김
          ·1945년 11월 시신 수습해 용정 토기막 뒷산에 안장
          ·2000년 7월 ‘20세기 중국조선족 문학사료전집 제1집 심련수문학편’ 출간
                                                                                  <참고문헌>
    1. 엄창섭,『민족시인 심연수의 문학과 삶』(생명의 불꽃과 따뜻한 감성),  홍익출판사, 2003.10.10.
    2. 초이스딘, 민족시인 심연수, 2013.11.25.
    3. 이서영, “심연수 시인 유품, 고향 강릉 돌아왔다”, 강원도민일보, 2016.9.14일자.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 등 65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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