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18세기 경상도 고성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0.06.11 15:07

                                                           18세기 경상도 고성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

 조선시대 사람들은 전염병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역병의 시대’ 18세기를 산 경상도 고성의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고성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흉년과 역병으로 숨진 자의 수가 너무 많아 모두 기록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만고에 드문 해였다.”

   경상도 고성의 처사(處士·초야에 묻혀 살던 선비) 구상덕(1706∼1761)은 1733년의 봄을 이렇게 기록했다. 질병의 원인조차 제대로 모르던 시절, 향촌의 공동체는 역병에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남았을까.


    조선시대 사람들은 전염병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역병의 시대’ 18세기를 산 경상도 고성의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고성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호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53)는 계간지 역사비평 2020년 여름호에 ‘시골 양반 역병 분투기―18세기 구상덕의 승총명록을 중심으로’를 게재했다. ‘승총명록(勝聰明錄)’은 구상덕이 1725년부터 죽을 때까지 37년 동안 쓴 일기다.

   이 발표문에 따르면 구상덕이 살았던 18세기 조선은 기근과 역병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1730년부터 이어진 역병과 재난으로 1733년 봄에는 들판에 나물을 뜯을 사람조차 없었다고 한다. 두창과 온역, 이질, 한질 같은 전염병이 1740년, 1748년, 1753년 등에 되풀이해 창궐했다. 구상덕도 아내와 딸, 친구와 친척을 연이어 역병으로 잃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 대응의 시작은 ‘사회적 거리 두기’였다. 구상덕은 자신의 마을에서 역병이 완전히 끝나지 않자 읍내 향교의 공사가 마무리되고 열린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집안에 역병이 돌자 향교에서 벌인 시회(詩會)에 불참했고, 집에서도 안채 등 정해진 곳을 떠나지 않고 스스로를 격리했다.

    인적 드문 산중의 절이나 이웃집으로 몇 주씩 떠나 있기도 했다. 역병이 미치지 않은 동네의 누이 집으로 부모님을 모셨다. 구상덕은 친구가 역병에 걸려 죽게 되자 그의 아들을 거둔 뒤 데리고 암자로 피신했다. 김 교수는 “역병에 걸렸을지도 모를 사람에게 몸을 피할 공간을 제공하는 건 서로의 선의를 바탕으로 이뤄진 상호부조였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근 테마전시 ‘조선, 역병에 맞서다’에 나온 무과 합격자의 초상화(1774년 제작)로 천연두로 생긴 흉터가 뚜렷하다. 이 전시는 7월 3일부터 국립대구박물관에서도 열린다. 고성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구상덕은 역병을 막고자 점술가나 승려를 불러 독경을 요청했다. 1730년 아내가 괴질에 걸리자 소고기를 먹였다. 역병에 고기를 고아 먹는 치병(治病) 풍속이 있었던 것. 1757년 여름에는 역병이 돌자 닭 한 마리 값이 원래 5, 6전에서 몇 배나 올랐다고 일기에 썼다.
   조정과 지방관은 처방전을 보급하고 피막(避幕)을 설치해 환자들을 격리했지만 대부분 인적 드문 들판에 세워져 환자들은 굶거나 얼어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 피막은 병자들보다는 아직 병이 옮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장치였다. 
   구상덕이 가족의 안위만 살핀 것은 아니었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노파에게 죽을 먹였으며, 역병과 기근으로 버려진 아이를 노비 삼아 거두기도 했다. 또 백성의 고통을 사또에게 전하기 위해 각종 문서 작성을 도왔다.
   김 교수는 “역병의 피해가 가혹한 상황에서 도덕적 삶을 유지하고 스스로 공동체를 지키려는 자발적인 ‘사(士·선비) 의식’이 역병의 시대를 헤쳐나간 열쇠였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 역시 공동체의 안녕을 함께 도모하려는 선비의 의식과 닮아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참고문헌>              
   1. 조종엽, "동체 지키려는 ‘선비 정신’으로 조선시대 역병 이겨냈다”, 동아일보, 2020.6.10일자. A21면.


시청자 게시판

2,095개(9/105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42663 2018.04.12
1934 신 기술패권, 자원안보 시대에 총력 대응해야 사진 신상구 197 2022.07.20
1933 블랙홀 100년 만에, 이론에서 실재가 되다 사진 신상구 238 2022.07.18
1932 인촌 김성수선생 통합 리더십, 대한민국 건국 계기 만들어 사진 신상구 458 2022.07.18
1931 김진표 국회의장, '제74주년 제헌절' 경축사 전문 신상구 281 2022.07.18
1930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꼽은 늙지 않는 세가지 방법 신상구 349 2022.07.16
1929 세계화 시대 저물면 대한민국은 몹시 큰 피해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사진 신상구 232 2022.07.16
1928 신선이 노는 복되고 신성한 땅, 경주 낭산 사진 신상구 283 2022.07.15
1927 대전은 스토리의 보고 신상구 255 2022.07.14
1926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라도 가지고 싶었던 권력 사진 신상구 279 2022.07.13
1925 대전의 역사 이야기와 도시 정체성 사진 신상구 229 2022.07.13
1924 윤동주·장인환 등 독립유공자 156명 호적 생긴다 신상구 260 2022.07.12
1923 中도 원조 주장 못 펴는 '고려 인삼'의 원천 기술 사진 신상구 267 2022.07.10
1922 사또를 고소하는 자는 곤장 100대에 처한다 사진 신상구 297 2022.07.09
1921 국가 수학등급 최상위 승격, 필즈상 수상, 올해는 한국 수학의 해 사진 신상구 431 2022.07.09
1920 국학박사 신상구,『충남연구』통권9호에 학술논문「아산지역 상여연구」게재 사진 신상구 331 2022.07.09
1919 천부경은 우리 얼을 담은 최고의 경전 신상구 574 2022.07.02
1918 한국효문화진흥원, 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와 하계효문화포럼 개최 사진 신상구 370 2022.07.01
1917 한반도 비파형동검 분포 사진 신상구 463 2022.07.01
1916 백제의 ‘익산 천도론’ 비밀의 열쇠 수부 사진 신상구 307 2022.06.30
1915 세종의 정치 배신한 세종의 인재들 사진 신상구 385 202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