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동문학가 송근영 시인 이야기 글쓴이 localhi 날짜 2016.01.20 00:41
                                                아동문학가 송근영 시인 이야기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칼럼니스트) 신상구

   2015년 1월 19일 현재 대전에는 620여 명의 문인들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 90세 이상 문인은 아동문학가 송근영, 시조시인 유동삼 등 2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아동문학가 송근영(宋根永) 시인이 2016년 병신년 새해 벽두인 1월 1일에 92세로 새 동시집『할머니, 나 집에 안 가면 안 돼?』를 상재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노시인 송근영은 지금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 거주하고 있다. 지은 지 20년은 돼 보이는 3층짜리 연립주택 2층이 그의 집이다. 그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은 방에 들어서면 책상 하나와 이부자리가 깔려 있다. 책상 맞은편엔 젊은 시절 자신의 사진과 '사랑하는' 어머니의 사진, 그리고 직접 적은 메모가 액자 하나에 모자이크 돼 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아프면 걸어라. 죽을 각오로 걸어라.”
   송시인이 직접 메모한 것처럼 창작을 하면서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92세의 나이에도 동시를 쓸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송시인의 하루 일과는 신문을 보고 그중 마음에 들거나 잘 모르는 부분을 스크랩하고 공부하는 것의 반복이다. 창작을 하고 일기도 빼놓지 않고 작성한다. 수시로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 언젠가는 잠자다가도 일어나 메모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자료를 따로 보관하고 있는 작은 옆방에는 책장 빼곡하게 무려 56권의 양장 다이어리와 각종 문학잡지와 참고서적들이 가지런하게 잘 진열되어 있다. 양장 다이어리를 펼쳐보면 일간 신문 기사 스크랩과 그날그날의 기록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송시인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7월 7일 대전광역시 대덕구 오정동에서 태어나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해방 전후의 정치사회적 혼란, 한국전쟁, 4.19혁명, 5.16군사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 등 격동기를 겪으며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구순을 넘긴 노인이 됐다. 검던 머리카락이 하얗게 희고 눈도 귀도 점점 침침해져 가지만 아직도 동심(童心)을 지니고 있어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23년을 지낸 그는 65세에 정년퇴임을 하면서 생의 첫 번째 동시집 '까치나무'를 세상에 냈다. 이제 교육자에서 시인 송근영(92)으로 인생 제2막을 연 지 30여년이 흘렀다. 그의 동시들은 그가 평생을 함께한 아이들과 많이 닮아있다.  

                                        <우리집>

                                안개 속에
                                퉁퉁퉁
                                경운기를 잠 깨워
                                논을 가는 아버지.

                                호미와 함께 나가
                                달밤에
                                텃밭의 김을 매는 어머니.

                                논 갈고 오셔서
                                아침 식사 하시고
                                김매고 오셔서 
                                설거지 하신다.       
                       
                                농사도
                                공부도 모두가
                                때를 놓치면 안 되느니라
                                할아버지 말씀을 잘도 따르는 
                                우리 집 식구들
  
   송 시인은 1985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서 '새벽 눈길'이란 시로 등단했다. 이로부터 5년 후엔 월간『아동문예』신인작품상 동시부문에 당선됐다. 또 5년 후인 2000년에는 시인의 동시 '우리집'이 중학교 1학년 도덕 국정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 후 시인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여 2013년과 2014년에도 동시집을 출간했다. 그리고 2016년 1월 1일, 그의 새 동시집 '할머니, 나 집에 안 가면 안 돼?'가 세상에 나왔다.
   송시인은 지난 추석 지금은 전부 커버린 손주들을 보며 동시집의 대표작인 '우리 손자 말 한마디가'를 썼다.

   즐거운 추석 명절도 지났다/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할머니! 나 집에 안 가면 안 돼?”/손자 말 한마디가/가족 사랑을 가슴마다/새삼 찡하게 안겨 주었다
   “아이고, 내 새끼, 내 손자가/이런 예쁜 말이 어디서 나올까?”/ “이 녀석 눈 똑바로 박힌 것 좀 봐요/큰 일 할게다“/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은 끝이 없다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손을 흔든다

   송시인은 자식과 손주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한편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아낌없이 담아냈다. 
   
            나이를 먹을수록/아이가 된다더니/그 말이 꼭 맞다 
            왠지/허전하고/엄마가 그립고 보고 싶다 
            가뜩이나/아플 땐/아이고, 엄마소리가/저절로 나온다 
            문득 어릴 때 보았던/울며 엄마 품을 떠나던/송아지 생각이 난다 
            음매! 음매…!/나도 울면 안 되는 걸까? 
                 <할머니, 나 집에 안 가면 안 돼? 중 '엄마 생각'>

   구순을 넘긴 시인은 '엄마 생각'이라는 동시를 통해 시인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아플 때면, 또 그렇지 않을 때에도 가끔은 '엄마 품을 떠나던 송아지'처럼 소리내어 울고 싶을 때가 있다고 말한다.
   송 시인은 “성인시보다 어린이 마음으로 쓰는 동시가 더 좋다”며 “요즘도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데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 공부해 나를 살찌워 작품을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내가 쓴 작품을 누군가가 읽어주고 이야기해 주는 게 삶의 보람이 돼 더 좋은 작품을 내놓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며 “'아흔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동심을 가지고 시를 쓰면서 정직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리헌석은 송근영 시인의 동시집인『좋으면 좋다고 하자』(오늘의문학사, 2013.3.5)의 해설 발문인「순정한 동삼으로 부르는 노래-손근영 아동문학가의 동시 세계」에서 “송근영 시인은 초등교육자 답게 맑고 순수한 서정으로 작품을 빚습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기법은 연상(聯想)입이다. 구순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동시를 창작하기 위해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려서 새로운 작품을 짓고, 다듬고, 다시 퇴고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라고 송근영 아동문학가에 대해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아동문학가 송근영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7월 7일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에서 출생하여 전주사범대학 심상과를 졸업하고 1945년부터 1990년까지 초등학교 교사, 교감, 장학사, 교장을 역임했다. 1985년에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그리고 1990년에『아동문예』에 작품이 당선되어 재등단했다. 그 후 1990년에는 교육 수상집『우리 선생님의 환한 미소』와 동시집『까치나무』, 2003년에는 동시집『좋으면 좋다고 하자』, 2014년에는 동시집 『사랑아 솟아라 퐁퐁퐁』, 2016년에는 동시집『할머니, 나 집에 안 가면 안 돼?』등을 계속 발간해 한국 아동문학계의 대표 문인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그 결과 2000년에는 국정교과서 중학교 도덕1에 동시 <우리집>이 게재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대전시 문화상(교육부문), 제24회 대전문학상, 2016 대일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1977년에 충남대 교육가족 운동회 노래 가작, 1978년에 충남도 도민의 노래 가작에 당선되는 등으로 문재를 인정받았다.  
    아동문학가 송근영은 2016년 6월 13일 노환으로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의 시신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두모리 선영에 안장되었다.    
                                                             <참고문헌>
    1. 리헌석,「순정한 동삼으로 부르는 노래-손근영 아동문학가의 동시 세계」, 송근영, 『좋으면 좋다고 하자』, 오늘의문학사, 2013.3.5.
    2. 임효인, “동심 간직한 ‘아흔 어린이’...순수함 잃고 싶지 않지요 : 92세에 동시집 출간한 송근영 작가”, 중도일보, 2016.1.15일자. 11면. 
    3. 김예지, "한국문단 이끌 새 기둥 흔들리지 않길...", 대전일보, 2016.1.21일자. 20면.
    4. 박영문, "동심 어린 시심 하늘에서도...아동문학가 송근영 선생 향년 92세로 타계", 대전일보, 2016.6.15일자. 20면.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 등 65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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