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조국의 자주독립과 국권회복을 위해 소설을 창작한 안국선 선생 글쓴이 localhi 날짜 2015.12.25 14:54
         조국의 자주독립과 국권회복을 위해 소설을 창작한 안국선 선생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칼럼니스트) 신상구
 
   최근 <대전문학 600년사>를 쓰다가 우연히 안국선과 안회남 부자를 알게 되었다. 안국선과 안회남 부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에서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천강(天江) 안국선(安國善, 1878-1926)은 1878년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 출생으로 개화기의 대표적인 지식인의 한 사람이다. 1895년 관비유학생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전문학교(東京專門學校)에서 정치학을 수학하고 귀국하여 독립협회에 가담하고 국민계몽운동에 헌신하다가 1898년 독립협회 해산과 함께 체포, 투옥되어 참형선고를 받았다가 진도에 유배되었다.
   1907년부터 강단에서 정치 · 경제 등을 강의한 그는 교재로『외교통의』 ? 『정치원론』 등을 저술하였으며,『연설법방』은 당시 유행하던 사회계몽 수단인 연설 토론의 교본으로 저술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야뢰(夜雷)』 ?『대한협회보(大韓協會報)』 ?『기호흥학회월보(畿湖興學會月報)』 등에 정치 · 경제 · 시사 등의 시사적인 논설도 발표하였으며, 대한협회의 평의원도 역임하였다.
   안국선이 관계에 몸을 담게 된 것은 1908년 탁지부(度支部) 서기관에 임명되면서부터이다. 1911년부터 약 2년간 청도군수를 역임하기도 하였다.
   그는 형무소에 수감 중 기독교에 귀의하였고, 계명구락부의 회원이기도 하였다. 관직에서 물러난 뒤 금광 · 개간 · 미두 · 주권 등에 손을 대었으나 실패하고 일시 낙향하여 생활하였으나 자녀교육을 위하여 다시 상경하였다.
    안국선은 소설가로 유명하다. 그는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공진회(共進會)〉 외에 필사본으로 〈발섭기(跋涉記)〉 상 · 하 2권과 〈됴염전〉이 있다 하나 전하여지지 않고 있다.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은 우화소설(寓話小說)로 1908(융희 2)년에 간행된 작품이다. 동물들을 등장시켜 인간사회를 풍자하여 그 제재(題材)가 특이하고 주제의식이 강한 작품이다. 문학작품 중에서 국내 최초로 판매금지처분을 받은 소설이기도 하다. 내용은 '금수회의소'라는 모임 속에 까마귀 ? 여우 · 개구리 · 벌 · 개 · 파리 · 호랑이 · 원앙 등 길짐승 · 날짐승 · 벌레 · 물고기 · 풀나무 · 돌 등이 모여 인간세계의 모순과 비리(非理)를 낱낱이 폭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신소설이 권선징악을 그린 데 반해 이 작품의 특색은 동물의 의인화를 통하여 인간을 풍자하는 우화형식을 시도(試圖)한 점이다.
   <금수회의록> 이야기의 배후에는 당시 유행하던 사회진화론(社會進化論)이 깔려 있었다. 진화론은 다윈이 동식물계를 연구하여 동물은 부단히 진화하였다는 것이었는데 사회진화론은 인간사회에다 적용하여 거짓말을 지어낸 것이다. 인간사회는 절대 진화하지 않고 퇴보한다. 인간을 절대 행복해질 수 없고 불행해 질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인간도 동물처럼 잘 살 수 있다고 한 이론이 사회진화론이다. 우리는 지금도 그 거짓말에 속고 있다.
   금수회의에 처음 등장하는 연사는 까마귀다. 까마귀는 검은 복면을 쓰고 나타나 우리 까마귀는 절대 인간이 심어놓은 곡식을 훔쳐 먹지 않고 곡식에 해가 되는 버러지만 골라 먹는다고 말한다. 또 우리가 밤에 우는 것은 공연히 우는 것이 아니라 큰 병화(전쟁)가 일어난다고 경고하느라 우는 것이요. 낮에 우는 것은 사람에게 길하고 불길한 것을 알려 주는 신호다. 그걸 모르고 사람들은 까마귀 우는 곳에 가지 말라고 하네요.
   다음 연사는 여우다. 여우를 사람들은 요망하다고 하지만 간사한 것은 인간이요. 인간은 마치 우리 여우가 호랑이를 속여 제 목숨을 구한 것처럼 사람들도 큰 나라의 대포와 총을 빌려 남의 나라를 위협하고 속국을 만들려고 하니 이것은 마치 일본이 미국이나 영국의 힘을 빌려서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지금 여우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요. 차라리 사람을 여우라 하고 여우를 사람이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세 번째로 단상에 오른 연사는 개구리다. 사람들은 개구리를 천하게 여기기를 “우물 안의 개구리”라 한다. 그러나 개구리는 우물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르기 때문에 절대 아는 척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해야지 사람처럼 아는 척하면 안 될 것이다. 인간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속여 제가 가장 잘 나고 잘 아는 것처럼 합니다. 제나라 일도 잘 모르면서 일본이 어떠니 러시아가 어떠니 미국이 어떠니 떠들어 댑니다. 지금도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자기 나라가 망하는 것을 모르고 자기가 탄 배가 침몰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희희낙락 춤을 추고 노래하는 호화여객선 타이타닉의 손님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또 우리 까마귀는 자기 자식이 아버지를 닮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 자식이 왜 아비를 닮지 않았는가를 모릅니다. 자기를 닮지 않은 자식은 마귀의 자식인데 그것을 모르고 자기 자식이라 합니다.
   네 번째 꿀벌이 등단하여 나는 벌인데 입에는 달콤한 꿀이 있고 뱃속에는 칼날이 들어 있다고 하오. 사람도 입에서 꿀 같이 달콤한 말을 쏟아내지만 그 말이 변화무쌍하여 어떤 때는 맵고 어떤 때는 흉보고 노래하고 악담합니다. 뱃속에는 소리 없는 무성포(無聲砲)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꿀벌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 결 같이 임금 벌을 섬깁니다. 우리 벌들은 부지런히 꿀을 날라다가 집에 가져다 줍니다. 어미 벌은 그 꿀을 먹고 새끼를 놓습니다. 사람처럼 임금을 속이고 나라를 파는 이완용과 같은 역적은 없습니다.
   다섯 번째는 게가 등단하여 호소합니다. 우리를 창자 없는 동물이라 흉 보지만 그건 무례한 말이요. 인간이야말로 창자가 없소. 인간의 창자 속을 들여다보면 온갖 더러운 것이 잔뜩 들어 있습디다. 인간의 외모는 그럴 듯하나 속은 엉망이요. 우리는 깨끗하오. 인간들이요 우리를 닮으시오.
   여섯 번째 파리가 날아와서 연설하였다. 내 말 들어요. 사람들은 파리만 보면 내쫓지만 우리는 절대 우리 동료를 내쫓지 않소. 먹을 것이 있으면 다 같이 먹소. 인간들은 마음속에 물욕(物慾)이 들어 있어서 혼자 먹지 절대 남과 나누어 먹지 않소, 인간은 입으로 서로 사랑한다고 하는데 거짓말이다. 사람들아! 사람 속에 더러운 물욕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 물욕을 쫓아 내시요.  
   일곱 번째로 호랑이가 등단하였다. 인간 세상에 좀 어려운 말인데 가정맹호어호(苛政猛虎於虎)란 말이 있어요. 까다로운 정사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뜻이지요. 호랑이가 맹수 중의 맹수지만 깊은 산속에서만 짐승을 잡아먹어요. 대낮에 거리에 나가 사람을 잡아먹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호랑이는 발톱과 이빨만 써서 사람을 잡아먹으니 얼마 못 먹지만 사람은 총칼을 쓰고 그것도 모자라 대포와 핵무기까지 동원하여 사람을 대량학살하지요. 우리 호랑이를 무섭다 하지 말아요. 사람이 천배 만배 더 무서워요. 앞문에 호랑이를 불러들이고 뒷문에 승냥이를 불러드리는 꾀까지 부리니 하늘도 당해내지 못하는 재주를 부립니다. 모두 조심합시다.  
   여덟 번째로 원앙새가 등단하였다. 우리 원앙새는 쌍거쌍래(?去雙來)라고 내외가 함께 살다가 함께 가는 새입니다. 인간처럼 바람을 피워 이혼하지 않습니다. 우리 원앙새는 남녀의 법이 유별하여 음란한 일은 결코 하지 않소. 세상에 더럽고 괴팍한 것은 사람이라.
    이렇게 회의가 다 끝나는데 회장이 나오더니 “여러분 하시는 말씀이 다 옳습니다. 대저 사람이라 하는 동물이 제일 귀하다고 자랑하나 알고 보니 제일 더럽고 제일 괴팍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불쌍한 것이 사람입니다.
   이처럼 <금수회의록>에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면 동물에게 배워야 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공진회(共進會)』는 1915년에 간행된 한국 최초의 근대적 단편소설집(短篇小說集)으로 그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 <인력거군(人力車軍)> ? <시골노인 이야기> ? <기생(妓生)> 등 3편의 단편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밝힌 작자의 후기(後記)에 보면, 원래 3편 외에 <탐정순사(探偵巡査)> ? <외국인의 화(話)> 등의 단편의 더 수록될 것인데, 당시 경무총장(警務總長)의 명령에 의해 삭제당했음을 알 수 있다. 세 작품 중 <기생>에는 여성의 순정과 절개가 강조되어 있고, <시골노인 이야기>는 동학란(東學亂)을 전후한 시기의 부패한 정치를, <인력거군>에서는 하층계급(下層階級)의 생활 속에서 근로와 금주치부설(禁酒致富說)을 주장하고 있다. 그의 소설과 저술물의 기저를 이루는 사상으로 유교적 윤리와 기독교적 윤리사상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당대의 혼란한 국가와 사회를 바로잡고자 한 그의 현실관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정신개조를 통한 자주독립과 국권회복을 이루려는 그의 태도는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의 개화파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윤명구,「안국선연구(安國善硏究)」, 서울대학교대학원석사학위논문, 1974.
   2. 권영민,「안국선의 생애와 작품세계」,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관악어문연구』2, 1977.
   3. “안국선(安國善)”, 한국사전연구사,『국어국문학자료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1998.
   4. 박성수, “금수회의록”, 코리안스피릿, 2015.11.24일자.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1994),『아우내 단오축제』(1998),『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지역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한국선도의 맥을 이은 일십당 이맥의 괴산 유배지 추적과 활용방안” 등 65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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